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버지 김홍조씨의 빈소를 찾았다.
지난 2000년 이기택·김윤환씨 등 중진들을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했던 ‘2·18 공천 파동’ 직후 이 총재가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한 이후 8년 만의 만남이다. 그러나 오랜 정치적 ‘앙금’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 듯, 7분 남짓한 만남 내내 어색함이 감돌았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심대평 대표, 박선영 대변인 등과 함께 경남 마산 삼성병원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총재는 “어제 오려 했는데 국군의 날 행사 때문에 못왔다”며 “허전하시겠습니다”라고 위로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나를 위해 희생한 분이죠”라고 짧게 답했다. 침묵이 흐른 뒤 김 전 대통령은 “그 당수(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총재는 어색하게 웃은 뒤 “본인은 아무 일 없다고 합니다만…”하고 말을 흐렸다. 김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대화는 중간중간 끊겼다.
김 전 대통령은 이회창 총재한테 국무총리를 시켰고 신한국당으로 영입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총재가 김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정치적 차별화를 꾀해 사이가 틀어졌다. 이 총재가 지난해 세 번째 대선에 나서자 김 전 대통령은 “먼저 인간이 돼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마산/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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