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신청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16일 오후 이봉화 차관이 서울 계동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공무원 전수조사 방침…구체안 싸고 취소·번복 ‘허둥’
16일 행정안전부가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급속히 악화하는 여론을 의식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날 오후에 구체적 조사 내용과 계획을 밝힌다고 예고해 놓고도, 이를 취소했다 번복하는 등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김영호 행안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른 시일 안에 적정하게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부당하게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절차와 수위 등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가 직불금을 받은 행위가 어느 선까지 정당하고, 부당한지에 대해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이에 따라 공직자들의 직불금 수령의 적정성과 부당 수령 공무원의 처리 방안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세훈 행안부 장관이 국외 출장 중인데다 전날까지 조사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던 터라, 김 차관의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차관의 발언 뒤 행안부는 오후 5시가 넘어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서 행안부는 쌀 직불금을 주기 시작한 2005년부터 이를 받은 국가·지방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쌀 직불금을 받은 경우와 본인과 같은 가구에서 사는 직계 존비속이 쌀 직불금을 받은 경우다.
조사는 각 부처와 자치단체별 감사(담당)관실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며, 당사자들의 자진 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나중에 확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쌀 직불금을 받았음에도 이번에 자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 가중 처벌된다. 행안부는 17일 오후 3시 각 부처와 자치단체 감사(담당)관 회의를 열어 이런 방침을 알리고, 각 부처와 지자체는 오는 24일까지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들을 파악해 그 결과를 행안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방침과 김 차관의 발언이 워낙 전격적으로 나온 탓인지, 행안부 해당 부서는 이날 오후 늦게서야 원칙적인 수준의 조사 방침을 겨우 내놓았다. 행안부의 공무원들은 이날 온종일 공무원 직불금 수령의 위법성과 적정성 등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한다며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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