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전망 하향 배경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10일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에 대한 평판이 계속 나빠지고, 그것이 국가신용도에까지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날 주가는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피치가 이번에 경제상황을 점검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중국, 대만, 인도, 타이 등 4개국은 놔두고,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만 등급전망을 낮춘 것을 가볍게 보아넘기기 어렵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신용등급전망을 낮춘 이유는 주요 수출품인 석유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는 은행 외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걱정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서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화 매도 개입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국가 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지고, 우리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폭풍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뜻한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책임자인 엘레나 오코로첸코는 이날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했으나 한국 은행권의 단기적 자금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재무적 리스크가 변화함에 따라 한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의 신용도가 나빠지고 있음에도, 정부 정책은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원 삼성증권 분석가는 “정부는 경기침체가 짧을 것을 전제로 반짝효과가 나는 정책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부실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없는 상태에서 자금과 유동성만 계속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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