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강만수 교체 등 또 한번 부정적 의견 밝혀
당쪽 “안이한 판단” 한숨…대안도 마땅치 않아
당쪽 “안이한 판단” 한숨…대안도 마땅치 않아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에 당·정·청 인적쇄신에 대한 미묘한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보도된 <조선일보> <마이니치신문> <더 타임즈> 공동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새해가 오면 새로운 정치 방안을 내놓곤 했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매우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을 계기로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보다는 꾸준히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 공성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요구해온 연말·연초 ‘전면 쇄신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밝힌 셈이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 투 페이스다. 국제 회의 때마다 새 얼굴이 와서 아무리 ‘나라 경제가 건전하다’고 해도 외교가 잘 안 된다”며 “적시에,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으로 바꿔나가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실정과 잦은 말실수 탓에 여권에서 ‘교체대상 1호’로 지목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바꿀 뜻이 없다는 의중을 밝힌 것이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이날 ‘김민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지금 G20를 비롯해 국제금융공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청쇄신을 주창해온 한 고위 당직자는 11일 <한겨레>와 만나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말고는 장관직을 제 일처럼 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여권이 전열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지리멸렬해진다”고 우려했다. 한 최고위원도 “내년 재보궐 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가 힘있게 일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한해 뿐인데, 현재 청와대와 정부에는 정권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는 손님들만 가득하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쇄신 시기를 늦추면 공무원은 말을 안듣고, 이명박 정권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안에서는 연초 당정개편론이 떠오르고 있다. 당쪽이 제기해온 연말 개편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초·내년 2월 취임 1주년 시점 등에라도 인적쇄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연말 개각은 쉽지 않지만, 연초에는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개편이 가시화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친 이명박계 핵심인 수도권 한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나 전면 개각을 요구했는데, 이 대통령은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이 대통령도 결국 당청쇄신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청와대 주장을 엄호하는 그룹이 존재한다. 대신에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직면한 인물난을 고려할 때 대안이 마땅치않다는 소극적 방어 논리를 편다. 또다른 고위 당직자는 “쇄신은 필요한데, 현재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일을 제대로 할 인물이 없어 고민”이라며 “쇄신을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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