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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일괄사표’ 도미노…“책임질 사람은 건재”

등록 2008-12-19 19:08수정 2008-12-19 23:47

1급 공무원 4명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경기 과천 농림수산식품부 청사에서 19일 오후 한 공무원이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걸어가고 있다.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급 공무원 4명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경기 과천 농림수산식품부 청사에서 19일 오후 한 공무원이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걸어가고 있다.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반성해야 하지 않겠느냐” 장관 한마디에 줄사표
‘쇠고기 파동 책임’ 민동석 단장은 자리지켜 눈길
농림부

농림수산식품부도 1급 관리관 4명 전원이 사표를 냈다. 올 한해 여러 문제를 야기한 데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사표를 낸 이유다. 하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건재해 ‘원칙 없는 묻지마 물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쇠고기 협상 파문에다, 쌀 직불금 파동과 농협 비리에 이르기까지 1년 내내 ‘정책 실패’와 관련된 사건에 얽혀 있는 부처다.

18일 오전까지만 해도 농식품부 1급들의 일괄 사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정 난맥상이나 실책과 관련한 물갈이가 진행된다면, 농식품부가 당연히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현안들이 쌓여 있어 사표 문제로 고민하거나 논의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장태평 장관이 18일 기자브리핑에서 인사 문제를 언급하면서부터였다. 장 장관은 이날 1급 물갈이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인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올 한 해 농식품부에 일이 많았는데 반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장관의 이런 발언은 고위직의 사표 요구로 받아들여졌고, 1급들은 이날 밤부터 장관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급들의 사표를 받는 방식을 두고서는 농식품부 안팎에서는 말들이 많다. 책임 여부를 명확히 따지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정승 식품산업본부장은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축산정책단을 관할하고 있을 뿐, 한-미 쇠고기 협상을 지휘한 수석 대표는 민동석 당시 농업통상정책관이었다. 책임을 져야 할 민 정책관은 그동안 자리를 지키다 최근 ‘친정’인 외교통상부의 외교역량평가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쌀 직불금이나 농협 문제를 다루는 농업정책국도 1차관이 직접 관할하고 있어, 김재수 기획조정실장이나 배종하 수산정책실장한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 특히 박종국 수산과학원장은 지난 5월 초 취임한데다, 농식품부 본부의 주요 현안과도 떨어져 있다.

1급 일괄 사표가 농식품부로 확산되자, 정부과천청사의 다른 부처들도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긴장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이 1급 일괄 사표 흐름과 관련해 ‘사표를 안 받는다’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 18일 ‘재정부 간부들도 긴장해야 하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라며 직답을 회피한 바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다른 부처 사표 잇따르자 발표 앞당겨

외교부

국무총리실은 애초 21일쯤 ‘1급 8명 동반사표 제출’ 사실을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사표 행렬이 다른 부처로 확산되자 발표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지난 8월 국무조정 기능이 다시 복원된 만큼, 정부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부처의 흐름을 보면서 막판 사표 제출 대열에 동참한다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1급 공무원은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총리실도 1급 사표행렬에 동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은 아니다. 일요일쯤에는 가닥이 잡힐 수 있으니 그때 다시 통화하자”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예고 없이 기자실을 방문한 박철곤 총리실 국무차관도 같은 질문에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며칠 있다 정리되면 얘기하겠다”고 말을 흐렸다. 청와대의 서슬 퍼런 의중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다른 부처의 기류를 봐가며 막판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농림수산식품부 1급 4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외교통상부에서도 보직 없는 1급 10여명에 대해 사표를 받기로 하는 등 1급 고위직들의 사표 제출이 봇물 터지듯 확산되자 이날 오후 늦게 청와대 의중에 힘을 실어주기로 전격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일부 1급직들은 이날 지방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 중이거나, 외부에서 부처 회의를 주재하느라 미처 이런 결정을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당수 1급들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뒤늦게 나머지 1급들이 “나도 사표를 냈으니 사표 제출자 명단에 내 이름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외교통상부가 1급(가급) 간부 중 무보직 10여명의 사표를 받기로 한 것은 정권 차원의 1급 솎아내기가 아니라 외교부 자체의 인사적체 해소책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에 사표를 권고받은 1급 간부는 대부분 정년을 1년 정도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처가 관가의 분위기 쇄신을 바라는 청와대의 의도에 맞춰 시점을 잡은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익림 손원제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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