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맨 왼쪽 선 이)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통일부 업무보고
‘6·15’ ‘10·4’ 선언 언급안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 여전
‘6·15’ ‘10·4’ 선언 언급안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 여전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조정기’로 규정하고 2009년 안에 ‘새로운 남북 관계로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이를 위해 주요 계기를 통해 남북 대화를 제의함은 물론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북한에 우리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밝혔다.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남쪽 당국의 선도적 노력을 강조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미 통로가 끊긴 통일부 차원의 당국간 채널을 넘어 국가정보원과 민간의 막후 채널, 중국과 미국의 대북 창구 등까지 두루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지는 못했다. 김 장관은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6·15와 10·4 선언의 이행 확약 등 대북 기조 전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 한계로 꼽힌다.
통일부는 남북 관계가 재개되면 추진할 남북 경협사업으로 10·4 선언에 포함된 철도 및 고속도로 개보수,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제시했다. 두 사업은 2008년 3월 업무보고에선 빠졌던 것들이다. 10·4 선언 이행 확약 없이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부 사업을 끼워넣어 북한의 ‘실용적’ 호응을 끌어내려 한 것이다.
그러나 대북 정책 전환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해온 북한이 이 정도 ‘어음’에 반응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통일부 스스로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남북 관계는 당분간 조정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쪽 당국의 노력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알아서 먼저 바꿔주지 않으면 관계 개선은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대북 기조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 관계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그만큼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남북 관계를 어설프게 시작해 돌이키기 힘들게 만드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제대로 시작해 튼튼한 남북 관계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녹색성장을 위한 산림협력 △시베리아 가스관(PNG)의 북한 통과 사업 추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 추진 등도 제시했다. 이 역시 대북 정책 전환 없이는 남북간 협의에 들어가기조차 만만하지 않은 과제들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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