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2롯데월드’ 입장 선회
작년8월 1차 보고서 전제조건 3가지 중 2가지 빠져
이종석 전 차장 “2003년과 이번 검토내용 똑같다”
작년8월 1차 보고서 전제조건 3가지 중 2가지 빠져
이종석 전 차장 “2003년과 이번 검토내용 똑같다”
국방부와 공군이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건립과 관련해 기존 검토 결과를 180도 뒤집고 말바꾸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참여정부와 현 정부 모두,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군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유사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이번에는 판이한 결론이 나왔다.
■ 두 개의 결론을 비교하면 2003년 국방부와 공군은 ‘각도조정과 안전장비 보강’을 비롯해 어떤 방안으로도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특히 전시엔 적의 포격을 피하기 위해 항공기를 급격하게 좌에서 우로 왔다갔다하는 방식의 전술기동을 해야 하는데 바로 앞에 100층 넘는 빌딩이 서 있으면 충돌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엔 ‘각도조정과 장비 보강’만으로 안전한 작전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상희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에서 “일부 각도를 틀고 2~3중으로 항공기와 롯데 건물에 추가 보완 장치를 해서 조종사의 심리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토가 잘못된 것이냐는 질문에 “과거는 현 기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행절차만 논의했다”, “그전엔 (각도 트는 방안은) 검토 안된 것으로 안다”는 등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종석 전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은 “2003년 검토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방안이 아니다”고 이를 일축했다.
2003년 당시 참여정부는 공군의 ‘불가’ 결론을 수용해, 노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건설에 불허 판정을 내렸다. 이 전 차장은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군이 아닌 제3의 기구에 재검토를 시키는 방안도 있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군의 판단을 믿고 지켜준다는 차원에서 군의 결론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엔 공군이 1차로 보고했던 내용이 이후 공군 지휘부 경질을 거치며 전면 수정된다. 김은기 전 공군 총장은 지난 8월께 공군의 첫 검토 결과 보고에서 △백두·금강 정찰기 기지 이전 △KA-1 경공격기 기지 이전 △대통령 전용기 기지 이전 등이 전제되면 제2롯데월드 건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장은 9월 인사에서 교체됐다. 이후 공군은 다른 두 가지 전제를 빼고 KA-1 경공격기 기지 이전을 앞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보고 내용을 바꿨다.
■ 국회 조사 필요 국회 국방위에선 청와대와 재벌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공군 대령은 “경질인사로 들어선 지휘부가 인사권자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며 “이상희 장관 역시 개각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6년 전 검토한 결론을 뒤집고도 ‘이전엔 검토되지 않은 새로운 방안’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상희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과거엔 비행절차만을 놓고 논의했던 반면, 이번엔 롯데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필요 조처를 한다고 했다”고 상황이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은 “당시 기술적으로 안전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해 비용 문제를 검토할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비용은 원래부터 ‘수익자 부담’이 원칙일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롯데의 비용부담 여부로 결론이 달라질 문제가 애초부터 아니라는 것이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청와대 외압과 군 내부 검토 과정을 둘러싼 의혹 해소를 위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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