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 인터뷰 보도 손배소 1심서 “3천만원 배상” 판결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8월 ‘비비케이(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라고 주장하는 김경준(43)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김균태 판사는 6일 이 대통령이 “김씨 주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대통령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엘케이이뱅크와 비비케이, 이뱅크증권중개의 지분 100%를 이 후보가 가지고 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한 확인 작업이 부족했고, 인터뷰 당시 김씨가 소유했다는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씨 주장만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홍종국 이캐피탈 전 대표가 비비케이의 실소유주였다는 주장 등 김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들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2007년 8월17일치 1면과 4면에서 미국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경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비케이 등 3곳 100% 이명박 회사”라는 김씨 주장을 보도했고, 이 후보는 “김씨가 범죄를 저지른 의심을 받고 있어 그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었는데도 이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5천만원의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사는 “원고인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와 광운대 강연 동영상 등을 통해 최소한 네 차례 이상 공개적으로 자신이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공언했음에도, 같은 주장을 편 김경준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한 한겨레신문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겨레는 또 “현직 대통령이 원고로 참가하고 있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담당 판사에게 전화를 거는 등 법원 사찰에 가까운 과거의 구태가 재연된 사실을 주목하며, 정치권력에 의한 비판언론 보복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법부의 잣대가 흔들린 데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도 성명을 내어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라며 “이번 판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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