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흉악범에 대한 감형없는 종신형 도입과 사형 집행 재개 등 ‘흉악범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당 중진의원 간에 사형제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4선 의원인 남경필 의원은 11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근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형집행 재개와 감형없는 종신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논하기 앞서 당내에서 신중한 토론을 거치고 그 과정 이후에 당론을 정하고 사회적으로 반영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이어 “사형제가 존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신형제 도입은 더욱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강경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금 사형 대기자가 58명이며 이중 56명이 2명 이상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형제를 무시하고 (집행)하지 말자는 주장도 있고 제도가 있으니까 집행하라는 주장도 있고, 종교적 신념도 있고 해서 이를 당론으로 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남 의원이 감형 없는 종신제 도입과 관련해 “우리 원내대표단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하자, 홍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에서 추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두 의원의 논쟁이 뜨거워지자 잠자코 듣고 있던 박희태 대표는 “법을 고치자는 논의는 기꺼이 해야겠지만 법대로 하지 말자는 당론을 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법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마무리지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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