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담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촛불집회 사건 재판의 ‘코드 배당’과 법원 상층부의 재판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보고
반나절만에 전화로 부실조사
여야 의원, 질타 한목소리
신영철 대법관 책임론 제기도
반나절만에 전화로 부실조사
여야 의원, 질타 한목소리
신영철 대법관 책임론 제기도
대법원이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고, 촛불 사건 재판에 법원 상층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정치권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부실한 조사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허만 수석부장판사와 일부 형사단독판사들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촛불 재판과 관련해 영장 기각사유를 바꾸라거나 즉심 판사들에게 구류를 선고하라고 말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촛불 재판과 무관한 원론적인 얘기들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형사수석부장이 (촛불 사건을) 중요사건으로 판단하고 한 재판부에 인위적으로 집중 배당했다”며 “지난해 7월14일 단독판사들이 문제제기를 한 뒤 전산 배당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설명은 ‘원론적인 얘기들을 단독판사들이 촛불 재판과 관련한 압력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착수 반나절 만에 나온 결과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내용과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민심과 동떨어진 사법행정의 미숙함이 드러났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해 6~7월이면 촛불집회로 확대돼 재판 증가가 쉽게 예측가능한데도 ‘사건이 적은 부장판사에게 몰아줬다’는 구차한 해명을 하고 있다”며 “재판의 기본인 배당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전화로 당사자 일부의 말만 듣고 국회에서 보고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발상”이라고 질책했다. 대법원은 단독판사 일부를 대상으로 전화조사만 했을 뿐이며.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영장 기각사유 변경이나 구류 선고를 주문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조 의원은 “설득력 있게 영장을 발부하라’는 당연한 얘기를 형사수석이 단독판사들에게 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즉심에서 벌금, 구류를 모두 선고할 수 있는데 유독 구류형 활용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해명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행정처장은 “예측을 잘못했고 결과적으로 파장이 큰 판단 실수”라면서도 “특별히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수석부장 혼자서 판단했다는 근거는 조사 결과 어디에도 없다. 최종 책임자였던 신영철 대법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대법원 삼성사건도 지난달 중순 전원합의체에 넘기기로 했음에도 회부 절차 없이 대법관 구성을 바꾸고 사건을 재논의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국민들이 법원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한 한 판사는 대법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단독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최근 법원이 한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의혹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직접 조사해 법원에 대한 불신을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