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오른쪽)씨가 11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자신이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야에코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를 만나 포옹하며 울먹이고 있다. 다구치는 1978년 북한에 납치돼 김씨와 함께 살면서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라는 인물로 알려졌다. 김씨는 1991년 이후 18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김현희, 18년만에 공개석상
북한 납치 일본여성 가족 만나 “메구미도 생존가능”
“현정부, 테러 왜곡시도 조사 중”…일, 대대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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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47)씨가 11일 부산에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다구치 야에코(한국 이름 이은혜)의 가족을 만났다. 김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1991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특별사면돼 기자회견을 한 지 18년 만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부산 해운대 벡스코 2층 컨벤션홀에서 다구치 야에코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와 다구치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 등 2명을 만나 인사를 나눈 뒤 비공개 장소로 옮겨 8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북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1978년 납치된 다구치한테서 일본어를 배운 인연으로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동영상]일본 납북 다구치 가족 “김현희 면담, 납치해결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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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날 다구치 가족과 면담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 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다구치의 소식을 들었다. 다구치를 어디로 데려갔다고는 하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에 대해서는 “북의 공작원 동지인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고, 87년에 남조선 사람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북쪽의 얘기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영상]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은 북한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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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그렇다”며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 하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항공기 폭파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유가족들도 대부분은 북의 소행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97년 12월에 수기를 내고 받은 인세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며 얘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이즈카 고이치로는 “김씨를 통해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확신을 받게 돼 앞으로 피납자 구출 활동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앞으로 피랍자 문제에 대해 한·일 공조활동이 구체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다구치 가족의 이날 면담은 김씨가 “자신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의 아들을 만나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다구치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도 일본 외무성에 김씨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즈카 고이치로는 1978년 6월 어머니 다구치가 북에 납치된 뒤 외삼촌인 이즈카 시게오의 양자로 입적돼 함께 살아왔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이들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영 <엔에이치케이>(NHK)와 민방은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 위성중계했으며,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날 석간에 야에코의 아들과 김씨의 포옹사진을 실으며 머릿기사로 다뤘다. 특히 북한 정부가 사망했다고 발표한 다구치와 메구미의 생사에 대해 김씨가 “엄마(다구치)는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메구미가) 죽었다는 얘기는 믿을 수 없다”고 한 발언 내용을 일제히 큰제목으로 뽑아 북한 정부의 공식 발표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언론들은 일본에 협조적인 김씨의 태도에 고무된 듯 “역사적인 감격의 날”(<마이니치신문>)이라는 제목으로 김씨를 동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심지어 ‘친북한 좌파정권’의 희생자라는 분위기로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 대변인인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면회 신청을 받아준 김씨와 진력을 다해준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혀 김씨의 증언 내용을 활용해서 북한 정부를 압박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tms13@hani.co.kr
그는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그렇다”며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 하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항공기 폭파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유가족들도 대부분은 북의 소행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97년 12월에 수기를 내고 받은 인세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며 얘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이즈카 고이치로는 “김씨를 통해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확신을 받게 돼 앞으로 피납자 구출 활동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앞으로 피랍자 문제에 대해 한·일 공조활동이 구체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다구치 가족의 이날 면담은 김씨가 “자신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의 아들을 만나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다구치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도 일본 외무성에 김씨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즈카 고이치로는 1978년 6월 어머니 다구치가 북에 납치된 뒤 외삼촌인 이즈카 시게오의 양자로 입적돼 함께 살아왔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이들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영 <엔에이치케이>(NHK)와 민방은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 위성중계했으며,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날 석간에 야에코의 아들과 김씨의 포옹사진을 실으며 머릿기사로 다뤘다. 특히 북한 정부가 사망했다고 발표한 다구치와 메구미의 생사에 대해 김씨가 “엄마(다구치)는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메구미가) 죽었다는 얘기는 믿을 수 없다”고 한 발언 내용을 일제히 큰제목으로 뽑아 북한 정부의 공식 발표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언론들은 일본에 협조적인 김씨의 태도에 고무된 듯 “역사적인 감격의 날”(<마이니치신문>)이라는 제목으로 김씨를 동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심지어 ‘친북한 좌파정권’의 희생자라는 분위기로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 대변인인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면회 신청을 받아준 김씨와 진력을 다해준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혀 김씨의 증언 내용을 활용해서 북한 정부를 압박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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