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한신대교수 주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이었던 시민사회 쪽에서 미국의 잇따른 재협상 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반대나 수용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불평등 조항을 고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통상학부)는 18일 서울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국제통상연구소와 코리아연구원, 한반도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란 세미나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재협상’요구가 한-미 에프티에이에 비판적이었던 쪽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반대할 경우, ‘잘못된’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을 사실상 추인하고 이를 위해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 쪽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재협상 수용론도 “또 하나의 불평등 조항을 수용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이 교수는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비판적이었던 세력이) ‘저지’나 ‘대책 요구’라는 수세적인 항변을 넘어, 공세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지난해 80여명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발의한 ‘2008년 통상법’(TRADE Act)은 상당부분 한-미 에프티에이의 핵심 조항과 상충한다. 투자자의 미래 기대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도 국가기관을 상대로 배상소송을 걸 수 있는 투자자-정부소송제(ISD)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필수 공공 서비스 부문에 대한 민영화나 탈규제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의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재발의될 분위기이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 세력이 이런 상황을 근거로 미 의회의 ‘공정무역론자’와 적극적 대화 및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에프티에이 체결 전 국회의 동의권 행사 등을 뼈대로 하는 ‘통상절차법’의 조속한 제정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보다 질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안적인 협정 마련 등을 시민사회에 제안했다.
그는 우리 정부 쪽에도 미국의 재협상요구를 차단하길 원한다면, 우리 국회가 먼저 선 비준 동의를 할 게 아니라 우리 역시 재협상 요구를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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