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 “국방부·청와대 처벌의지 완강”
법무관 2명엔 회유·압박 거듭 헌소 취하케
법무관 2명엔 회유·압박 거듭 헌소 취하케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 지정에 헌법소원을 낸 군 법무관 2명 파면은 군 안팎의 예상을 깬 중징계다.
지난해 군 당국은 출근시간 조사 등 한달 동안 ‘먼지털기식’ 조사를 했음에도 뚜렷한 징계 사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처벌보다는 유감 표명 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였다. 군 법무 분야에서는 ‘법률 검토 결과 처벌이 어렵다’는 내부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낸 다음날 군법과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와 법적 검토 작업을 한달 넘게 강도 높게 벌였지만, 마땅한 징계 사유를 찾지 못했다. 당시 국방부는 단호한 징계를 주문했지만, 조사단은 이들의 행위가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을 직접 위반한 규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애초 조사단은 법무관들에 대해 지휘계통 위반과 집단행동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으나 여의치 않자, 출근시간, 근무지 이탈 등을 조사하는 고육책을 동원했다. 이런 ‘뒷조사’에서도 문제삼을 만한 게 없자 군인 신분인 법무관들이 언론과 접촉한 경위를 조사했다. 징계 사유를 찾기 위해, 군인들은 언론과 접촉하려면 상부에 사전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공보규정 위반으로 법무관들을 엮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은 끝내 징계 사유를 못 찾고 지난해 연말 사실상 조사를 마무리지었다.
법무관들을 대리하는 최강욱 변호사는 “조사를 받은 뒤 일부 법무관들이 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두고 ‘품위 손상’이란 징계 사유가 추가된 것을 빼면 지난해 10월 이후 바뀐 상황이 거의 없다”며 “애초 징계 사유를 찾지 못해 조사를 마무리한 군 당국이 갑자기 파면 결정을 내린 배경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최강욱 변호사는 또 “군이 헌소를 취하한 법무관 2명한테 회유와 헌소를 대리하는 변호사를 바꾸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 단행은 국방부 등의 처벌 의지가 워낙 완강한데다, 5월로 예정된 헌재 공개변론을 앞두고 내부 징계 절차를 마무리지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볼온서적 영내 반입 금지 조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국방부 의견을 제출하는 데 이어 5월14일 공개변론을 통해 볼온서적 영내 차단의 정당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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