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협상장인 외교통상부 앞에서 대한양돈협회 소속 농민이 모형 돼지를 지게에 진 채 ‘돼지고기 등 피해 품목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시작됐다.
외교통상부는 23일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협상이 이틀 동안 서울에서 진행된다”며 “그동안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8차 협상에서 협상단 차원의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쪽에선 이혜민 외교부 에프티에이 교섭대표 등 20여명이, 유럽연합 쪽에선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동아시아국장을 수석대표로 10여명이 협상에 참여했다. 양쪽은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다음달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양쪽은 관세환급과 농산물 일부 품목의 관세 문제, 서비스 분야 등 잔여 쟁점을 놓고 막판 절충을 시도한다. 관세환급이란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한 뒤 재수출할 때, 수입할 때 냈던 관세를 되돌려주는 수출 촉진 제도를 말한다.
우선 관세환급과 관련해, 유럽연합은 에프티에이 체결 당사자가 아닌 제3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며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수출기업으로서는 관세환급이 금지될 경우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관세 환급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고수해 왔다.
농산물 분야에선 양쪽이 상당수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 철폐 시기를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우리 쪽은 25%인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를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철폐하자는 입장인 반면, 유럽연합 쪽은 2014년부터 전면 철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냉동 돼지고기 수입 물량의 70~80%를 유럽연합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조기 관세 철폐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낙농육우협회·대한양돈협회·농민연합 등 농민단체협회 대표자들은 이날 외교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용인 김수헌 기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