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11시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들머리의 현수막 뒤쪽으로 멀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에 불이 켜져 있다. 현수막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은 ‘봄은 당신에게서 옵니다’란 인사말과 함께 방문을 환영하는 듯 웃고 있지만 마을은 내내 고요했다. 김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권양숙씨, 박연차 돈 수수]
아내 연관된 것 알고 심경 변화
다 드러날바엔 ‘부담 털자’ 의중
아내 연관된 것 알고 심경 변화
다 드러날바엔 ‘부담 털자’ 의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과문 발표는 오랜 친구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7일 체포된 것이 계기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핵심 측근들과 논의를 거쳐 정 전 비서관이 받는 혐의가 실은 아내 권양숙씨와 연관된 만큼 이를 더는 감춰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권씨를 대신해 혐의를 뒤집어쓰게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 전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자기가 한 것처럼 얘기할까 봐 노 전 대통령이 미리 사실을 얘기한 것”이라며 “사과문을 올린 것이 권 여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자기 고백을 들고 나온 건 수사가 봉하마을을 향해 야금야금 좁혀오면서 어차피 관련 사실이 드러날 바엔 사실관계를 공개해 사과하고, 의혹은 적극 해명해 일부 부담을 덜어내자는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봉하마을 자택에 들어앉아 입을 닫고 있다가 검찰 주변에서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들이 보따리 풀리듯 흘러나오면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도덕적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여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보고 있는 홍콩의 에이피시(APC) 연결계좌 일체를 입수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도 사과문에서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 조사에 응해 진술하겠다”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한테서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선 연루설을 부인하며 차단막을 쳤다. 노 전 대통령은 “(조카사위가 받은 돈은)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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