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2월25일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 생활도 ‘동티’없이 조용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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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대통령 부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권씨는 평소 “남편은 험난한 정치역정을 헤쳐온 ‘바람’이었다면, 나는 든든하게 후보와 가정을 지켜온 ‘바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씨는 노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반대했으며, 남편이 정치인이 되고 난 뒤에도 가능하면 정치판에 나서기를 꺼렸다. 노 전 대통령이 1989년 5공비리 청문회를 통해 정치스타가 된 뒤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 때 “정치인은 남편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거절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이 94년 자서전 격인 책 제목을 <여보, 나 좀 도와줘>라고 붙인 것도 정치에 소극적인 부인을 빗대서였다. 청와대 안주인이 된 뒤에도 정치인의 아내로서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시중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때로는 ‘바른 소리’를 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더 정치적인 감각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2007년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부절적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는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해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씨는 어린 시절 부친인 권오석씨가 좌익 혐의로 구속돼 옥사한 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고향(경남 김해)에서 고시공부를 하던 ‘똑똑한’ 청년인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연애 끝에 1973년 결혼했다. 직선적이고 성격이 급한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속을 많이 썩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부친의 전력이 문제가 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라고 반박했을 때였다. 권씨는 “이 한마디에 정치인 아내로서 겪어온 모든 고통을 보상해 주는 듯했다”고 술회했다. 권씨는 2002년 12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편이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 초심을 지키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권씨는 청와대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 수억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대통령 부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권씨는 평소 “남편은 험난한 정치역정을 헤쳐온 ‘바람’이었다면, 나는 든든하게 후보와 가정을 지켜온 ‘바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씨는 노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반대했으며, 남편이 정치인이 되고 난 뒤에도 가능하면 정치판에 나서기를 꺼렸다. 노 전 대통령이 1989년 5공비리 청문회를 통해 정치스타가 된 뒤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 때 “정치인은 남편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거절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이 94년 자서전 격인 책 제목을 <여보, 나 좀 도와줘>라고 붙인 것도 정치에 소극적인 부인을 빗대서였다. 청와대 안주인이 된 뒤에도 정치인의 아내로서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시중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때로는 ‘바른 소리’를 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더 정치적인 감각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2007년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부절적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는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해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씨는 어린 시절 부친인 권오석씨가 좌익 혐의로 구속돼 옥사한 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고향(경남 김해)에서 고시공부를 하던 ‘똑똑한’ 청년인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연애 끝에 1973년 결혼했다. 직선적이고 성격이 급한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속을 많이 썩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부친의 전력이 문제가 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라고 반박했을 때였다. 권씨는 “이 한마디에 정치인 아내로서 겪어온 모든 고통을 보상해 주는 듯했다”고 술회했다. 권씨는 2002년 12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편이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 초심을 지키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권씨는 청와대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 수억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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