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향하는 박연차 수사]권씨가 받은 10억 어디에 썼을까
문재인 “여기저기 신세 지다보니…”
문재인 “여기저기 신세 지다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박연차씨의 돈을 받았을까? 또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
전날 부인 권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돈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사과문을 발표한 노 전 대통령이 8일까지도 돈의 액수와 성격, 사용처 등에 대해 굳게 침묵하면서 이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권씨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 운영한 생수회사인 장수천 관련 채무 변제를 위해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친구 선아무개씨의 생수공장인 장수천에 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자 아예 추가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후원회장인 이기명씨 등 측근까지 복잡한 채무관계에 얽혔고, 외환위기 국면에서 경영난 악화로 수십억원의 채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 전 대통령이 오래 정치를 했고 원외 생활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신세를 지다 보니 남은 빚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밝힌 대목은 장수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외국 유학을 한 두 자녀의 학자금과 생활비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녀가 국내에 머물러 이른바 ‘소통령’으로 불리며 각종 이권에 연루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들 노건호씨는 물론 딸 정현씨와 사위 곽상언 변호사 부부까지 떼밀다시피 외국으로 내보냈다. 만약 권씨가 외국에 체류한 두 자녀의 학비나 생활비 조달을 위해 박씨의 돈을 받았다면, 결벽에 가까운 도덕성을 강조하며 권력자 주변을 떠도는 부나방을 자식들과 차단하려다 대통령 부인 스스로 부적절한 돈거래에 연루되는 ‘기막힌 역설’이 성립되는 셈이다.
권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최근까지 박씨와의 돈거래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봉하마을 쪽 설명을 신뢰하는 일각에서는 권씨가 자신의 친정 쪽 인사들을 위해 돈이 좀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는 억측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8일 “돈의 액수, 성격 등 구체적 내용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히겠다”며 “더 이상 추가 해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나서,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권씨의 돈거래 의혹의 구체적 진실은 안갯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저런 추론만이 가능할 뿐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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