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봐주기 밀약설’ 파문
‘시사저널’ 보도…“추부길씨가 두사람 다리 놔”
‘시사저널’ 보도…“추부길씨가 두사람 다리 놔”
2007년 대선 직전 전·현직 대통령의 형님들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비비케이’(BBK) 수사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서로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는 ‘빅딜설’이 제기됐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비비케이 도와줄 테니 패밀리를 건드리지 마라는 (밀약이 오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박연차 사건의) 본질은 탈세 로비 사건인데 이 사건이 노무현 정권의 비리 조사로 흘러갔다”며 “가지가 너무 커져서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이젠 줄기로 가서 현 정권이 포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며 “박연차 사건이 터지기 전 출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불러들여야 하고, 추부길씨와 함께 대책회의를 한 천신일씨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7일 발매된 <시사저널>은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2007년 11월 초·중순께 추부길 전 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 있는 비자금’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추 전 비서관은 노건평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이어 “추 전 비서관이 요구했던 것은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 한마디로 검찰이 수사중인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건평씨는 ‘(집권하더라도) 로열 패밀리는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특히 “노건평씨와의 사이에 길을 튼 것은 추 전 비서관이지만, 이상득 의원도 이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런 의혹에 대해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보도를 봤지만 타이틀(제목)만 그럴싸하지 실제 내용은 없다”며 “보도 내용에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이뤄진 이 인터뷰에선 ‘건평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만날 수도 있지”라며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밤 “‘만날 수도 있지 못 만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건평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원론적 발언이었다”며 해명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이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정권을 넘나드는 전방위적 돈 살포 사건에서 야권에 대해서만 저인망 쌍끌이 수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상득 의원은 정치적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밀약을 할 분이 아니다”면서도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친이 쪽 한 재선의원은 “비비케이 사건 등이 연일 터질 당시 내부 캠프 회의에서 ‘노 쪽과 만나서 딜(거래)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으며, 이에 대해 ‘그런 것은 이미 하고 있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밀약설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님을 시사했다. 최혜정 이정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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