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을 꾹 다문 채 남경필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앞으로는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경제·자원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상득 의원 “정치현안 관여않고 경제외교만” 선언
친이계 의원 “김주성 실장 등 정리 안되면 무의미”
친이계 의원 “김주성 실장 등 정리 안되면 무의미”
‘상왕’으로 불리면서 여권의 막후 실세로 군림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3일 “앞으로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까지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히 노력해 왔지만, 최근 저에 대한 이러저러한 얘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당과 당무, 정치 현안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멀찌감치 물러나 있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든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유일하게 당무에 참여하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도 삼가고, 오로지 포항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런 ‘선언’은 최근 당에서 본격 제기되는 ‘인적 쇄신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당·정·청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청산 대상 1호’로 지목되면서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당 소장파들의 압박도 ‘2선 후퇴’ 결심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2선 후퇴를) 한달 전부터 고민해오던 차에,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여론이 크게 나빠진 것도 결심의 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특히 친이 주류 내부에서조차 퇴진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 의원을 더 곤혹스럽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조직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만나 이러한 뜻을 미리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조차 정부와 청와대 요직에 자리한 이른바 ‘형님 라인’의 청산 없는 ‘2선 후퇴’는 말의 성찬에 그칠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이쪽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이 진정으로 정치 현안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면,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과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핵심 인맥이 물러나야 한다”며 “이들이 정리되지 않는 이상 오늘 이 의원의 선언은 진정성이 없는 발언일 뿐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사실 여태까지도 당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아니냐”며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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