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가 아니네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새벽(한국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려고 연단에 오르고 있다.(위 사진부터) 연단이 서로 바뀐 것을 안 두 대통령이 자리를 바꾼 뒤 웃으며 회견을 시작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대북 강경 치닫는 한-미
“유인책 없다… 제재 이행 지켜볼 것… 무력대응…”
‘네오콘’ 논리 앞장…자유민주주의 입각 통일 제기도
미 대안부재 드러나…정세현 “오바마, 부시 같아”
“유인책 없다… 제재 이행 지켜볼 것… 무력대응…”
‘네오콘’ 논리 앞장…자유민주주의 입각 통일 제기도
미 대안부재 드러나…정세현 “오바마, 부시 같아”
‘협상 조율’에서 ‘압박 주도’로 한국 정부의 성격과 구실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대북 압박 기조를 대안 없이 좇고 있다.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나라 모두 대북 협상의 출구를 굳게 걸어잠근 채 압박 일변도로 치닫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풀 구체적 해법을 내놓는 데는 실패했다는 차가운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변신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한국이 쌓아온 북-미 관계의 중재·촉진자로서의 위상과 입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소멸했다. 국민의 정부 때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2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90분간의 단독 회담을 통해 “대화는 필요하면 적과도 하는 것”이라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설득했다. 워싱턴 ‘네오콘’의 대북 압박 논리에 맞서 북-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참여정부 때도 한국은 부시 정부의 계속된 압박과 북한의 강경대응 사이에서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기조를 고수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선 북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동북아 탈냉전의 청사진이라 불리는 9·19 공동성명의 도출에 큰 구실을 했고, 이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꼬인 북-미 관계를 다시 협상 구도로 돌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여러 차례 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대북협상 무용론을 한국이 앞장서 제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사항은 그저 결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일 “이 대통령은 시대를 거슬러 부시 행정부 초기의 네오콘 논리를 앞장서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공세적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무력대응 불사’ 의지를 비쳤다.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를 두곤 “국제사회에서 그런 무리한 구속을 유지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통일’ 방침을 제기해 미국의 동의를 끌어냈다. 상호 체제를 인정한 위에서 단계적으로 통일에 접근한다는 정신을 담은 6·15 공동선언의 부정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방문 기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이 최후 목표”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 의도’(조국평화통일위 대변인 담화)라며 반발했다. 한 외교전문가는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압박 이외의 외교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는 패턴을 깨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선박의 해상검색 방안은 “미국만이 아닌 국제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처럼 됐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는 ‘한국과 일본 등의 압박 주장에 맞설 창의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동맹국 따라가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는 ‘위압적인 압박’을, 이란에는 압박보다는 ‘외교’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선박 검색으로 북한의 돈줄을 막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한·미·일 선박에 발포할 수도 있다”고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는 ‘한국과 일본 등의 압박 주장에 맞설 창의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동맹국 따라가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는 ‘위압적인 압박’을, 이란에는 압박보다는 ‘외교’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선박 검색으로 북한의 돈줄을 막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한·미·일 선박에 발포할 수도 있다”고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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