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제2 촛불 우려 공식거론 피해
제2 촛불 우려 공식거론 피해
한-미 양국은 1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파병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공동비전)에는 한국군의 해외 파병의 길을 열어놓을 수 있는 문구가 담겨 있어, 아프간 파병 문제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공동비전에선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평화유지와 전후 안정화, 개발 원조를 위해 공조를 ‘제고’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양국 정부 모두 내심으로는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을 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 국방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아프간 파병을 요청해왔다. 외교 경로를 통한 미국 쪽의 파병 요청도 있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파병문제가 ‘제2의 촛불’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만큼은 파병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기로 미국 쪽과 미리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결국엔 아프간 파병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국방·안보 전문가는 “국방부 등 정부 부처 안에선 파병을 해야 한다는 의지와 목소리가 워낙 강하다”며 “‘제2의 촛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8월쯤이면 공론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병이 이뤄지면, 현재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방재건팀(PRT)의 규모를 크게 늘린 뒤, 이들의 신변 보호를 명분으로 파병을 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머리 발언에서 “나는 대한민국이 해온 기존의 아프간 평화 재건 사업을 확대하는 계획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하였습니다”라고 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장에선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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