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한국시각) 워싱턴 의사당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맨 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른쪽 둘째는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 워싱턴/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핵우산 포함 확장 억지’ 문서화 의미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된 억지”는 구체적인 후속 계획 마련이 어려운 선언적 합의인데다 본뜻과 달리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준 ‘안보 재앙’이란 우려가 나왔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17일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를 정상간 채택 문서에서 최초로 명문화함으로써 미국의 강력한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한-미 정상간 최초로 명문화” 평가
북 핵보유 전제해야…한반도 비핵화와 상충
구체적 작전계획 수립까지 갈 가능성 희박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이 핵우산 제공을 문서화해도 구체적인 지침이나 계획이 없는 선언적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군 당국은 ‘확장 억지’ 후속 방안 마련을 위해 한-미 국방부 실장급 회의인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확장 억지력 구현 방안을 의제로 다루는 문제를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 성과가 있으면 이를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합참의장 회담에 보고하고 논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쪽의 ‘희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10월 북핵 1차 실험 뒤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국 쪽이 더욱 강력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요구해 ‘확장 억지’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김종대 월간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17일 “2006년 10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도 한국이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장관급에서 협의할 의제가 아니다. 핵 전략에 대한 언급은 나도 못 한다. 오직 부시 대통령만 할 수 있다’고 거절했다”며 “한-미 군 당국 간에 ‘확장 억지’를 구체화하는 작전계획 마련 등 후속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안보전략을 보면, 핵무기 관련 업무는 미 전략사령부가 전담하고 있어 한국 쪽이 의견을 내거나 협의할 미국 쪽 채널 자체가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확장 억지 공약 명문화가 전혀 뜻하지 않게 북한의 ‘핵군축 협상‘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9·19 공동성명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핵 대 핵’으로 맞서는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실은 인정하는 꼴”이라며 “북한이 주장해온 북-미 핵군축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안보 재앙”이라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란 북한의 핵보유와 핵 사용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6자회담에서 약속했으면서 어떻게 핵우산이나 확장 억지와 같은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전직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는 “확장 억지가 국내 보수우파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겠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상충되며 북한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북 핵보유 전제해야…한반도 비핵화와 상충
구체적 작전계획 수립까지 갈 가능성 희박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이 핵우산 제공을 문서화해도 구체적인 지침이나 계획이 없는 선언적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군 당국은 ‘확장 억지’ 후속 방안 마련을 위해 한-미 국방부 실장급 회의인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확장 억지력 구현 방안을 의제로 다루는 문제를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 성과가 있으면 이를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합참의장 회담에 보고하고 논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쪽의 ‘희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10월 북핵 1차 실험 뒤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국 쪽이 더욱 강력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요구해 ‘확장 억지’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김종대 월간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17일 “2006년 10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도 한국이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장관급에서 협의할 의제가 아니다. 핵 전략에 대한 언급은 나도 못 한다. 오직 부시 대통령만 할 수 있다’고 거절했다”며 “한-미 군 당국 간에 ‘확장 억지’를 구체화하는 작전계획 마련 등 후속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안보전략을 보면, 핵무기 관련 업무는 미 전략사령부가 전담하고 있어 한국 쪽이 의견을 내거나 협의할 미국 쪽 채널 자체가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확장 억지 공약 명문화가 전혀 뜻하지 않게 북한의 ‘핵군축 협상‘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9·19 공동성명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핵 대 핵’으로 맞서는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실은 인정하는 꼴”이라며 “북한이 주장해온 북-미 핵군축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안보 재앙”이라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란 북한의 핵보유와 핵 사용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6자회담에서 약속했으면서 어떻게 핵우산이나 확장 억지와 같은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전직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는 “확장 억지가 국내 보수우파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겠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상충되며 북한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