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도쿄대서 강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침략의 정당화”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대 야스다강당에서 이 대학 관계자와 학생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공존과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퇴임 이후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도쿄대 동북아연구회 초청으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반 전몰자에 대해 참배하는 것을 시비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적 침략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이웃 나라와 그 국민에게 형언할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한 에이(A)급 전범에 참배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것은 침략의 정당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2001년 상하이 아펙 정상회의 때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밝히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일본 정부와 여당의 지도자 등이 과거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심지어 시혜적인 업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1998년 ‘한-일 공동파트너십 선언’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오도하고 억압한 집권층, 지도층과 이들 때문에 고통을 당한 일본의 국민들을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독일의 태도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독일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나타내 주변국들이 감동했고, 독일을 신뢰할 수 있는 이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중·일 동북아 세 나라의 과거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 동아시아 공동체로 가는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며 “서로 불신이 크기 때문에 그 실천은 동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제재론에 대해 “지금 그런 조처를 취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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