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는 중-러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모스크바/AP 연합
17일 미국 워싱턴과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북핵 6자 회담의 운명을 보여주는 상반된 장면이 연출됐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선 6자 회담이란 단어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 반면,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선 6자 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나왔다.
모스크바의 표정은 중국과 러시아가 6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외교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6자 회담을 후진타오 주석의 대표적인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온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실종된 6자 회담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구조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6자 회담의 신속한 재개를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6자 회담 관련국들에 2005년 9·19 공동성명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갈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앞서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도 6자 회담 재개를 지지하는 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의 재개를 지지한다”며 “관련국들은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이미 달성한 합의에 기초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6자 회담 살리기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북한을 뺀 5자 회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은 북한을 설득해 6자 회담을 재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중국을 방문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5자 회담에 대한 한국의 구상을 설명했을 때도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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