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중도실용론 첫걸음…본격논의 예고
“경쟁·자율강조 기조와 모순” 비판도
“경쟁·자율강조 기조와 모순” 비판도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이 사교육 절감대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주 한나라당 두뇌집단인 여의도연구소가 △학원시간 규제 △특목고 내신반영 금지 △대입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사교육 절감책’을 내놓은 데 이어, 당·정·청은 조만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권력 핵심에서 소외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정두언 의원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이 협의체를 사실상 주도하면서 여권 내부 권력지도의 변화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 사교육 대책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청와대·정부와 의견을 조율해왔다”며 “그동안 사교육 대책이 미흡했던 만큼, 이를 보완해서 가능한 빨리 결론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회의에는 정 의원과 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인 최구식 의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의체는 조만간 첫 회의를 열어 여의도연구소가 발표한 사교육 대책을 토대로 ‘사교육 폐해 근절대책’의 초안을 마련한 뒤, 당정회의와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게 된다.
당·정·청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사교육 경감 대책이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실용노선’을 실증할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여권 핵심부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민경제를 짓누르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민 중심’ 이미지를 내세우겠다는 청와대 쪽의 계산이 반영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은 예전부터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했다”며 “이번 사교육 대책은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자연스레 정두언 의원과 곽승준 위원장의 여권 내 위상강화로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형님(이상득 의원) 2선 후퇴 서명’ 등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권력핵심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힘을 보탤 경우 다시 권력의 핵심에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입시제도 개선 등 ‘근원적 해결책’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데다, “경쟁과 자율이라는 교육기조에 어긋난다”는 당내 반발이 거세 성공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정두언 의원-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여권내 견제심리도 만만치 않아 이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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