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덕암세미나홀에서 열린 ‘한겨레 평화강좌 - 한반도는 어디로? 회담 주역들에게 길을 묻다’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과 남북관계 해법’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세현 전 통일장관 ‘한겨레 평화강좌’ 강연
경협하면 자연스레 긴장완화
한미동맹=평화, 충분조건아냐 “분단국가에서는 안보(peace keeping·피스키핑)와 평화 정착(peace making·피스메이킹)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구실로 긴장 완화를 위한 피스메이킹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2일 서울 동국대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평화강좌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 장관급 회담과 남북관계 해법’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경제협력과 지원을 군사협력과 연계해야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땐 소련과 수교하며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고, 김영삼 정부 때도 1차 북핵 위기로 심각한 국면이었지만 대북 쌀 지원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개념’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보를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1960~80년대와 달리, 탈냉전기인 1990년대 들어서는 보수 정권조차도 우리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피스키핑’과 ‘피스메이킹’을 병행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선 경협을 매개로 피스메이킹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대북 투자 상한선 철폐와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 등으로 민간 분야의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고, 개성공단과 해주공단 추진으로 피스메이킹에 동력을 공급했다. 남북 당국회담에 깊숙이 관여해 온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 관광처럼 접경 군사지역 내 경협을 추진하려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야 했고, 군사분계선을 빈번히 왕래하다 보니 군사협력과 군사적 긴장 완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9월17일 북쪽 통일각에서 열린 제17차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쪽 대표가 ‘군사경계선을 왕래하는 인원, 차량,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군사적으로 보장할 때가 됐다’고 발언해 깜짝 놀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현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론이 안보의 수단은 될 수 있지만, 평화 정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부들이 간신히 다져놓은 경제협력-군사협력 연계 구조마저 허물어 버리는 것은 분단국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할 짓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겨레평화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강좌는 남북관계, 북핵 문제 등을 주제로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9시 서울 동국대 문화관 1층 덕암 세미나실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일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핵 협상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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