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14일 오전 역대 검찰총장 사진이 걸려 있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이 중수부장의 퇴임사를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경한 법무, 전국 검사장들에 “업무 매진” 당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스스로 물러나자 검찰은 지휘부 공백에 따른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칫 흠결 있는 총장을 임명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총장 후보자가 임명 전에 사퇴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차기 총장에 대해 엄격한 자격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도 천 후보자는 20쪽에 이르는 해명자료를 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따라서 이날 저녁에 이뤄진 전격적인 자진 사퇴는 예상보다 빨리 내려진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선 ‘차라리 서둘러 결단하길 잘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대통령이 최종 신호를 보냈겠지만 검찰 내부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후보자가 알았고 그게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라며, “조직을 위해 (사퇴 결정을) 빨리 한 것은 좋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천 후보자의 사의 표명을 즉각 받아들인 점도 검찰 내부의 이런 기류를 파악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고 있었고, 미디어법 등 주요 국정 현안들을 풀어가야 하는 시점에 검찰총장 후보자 때문에 발목이 잡힐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천 후보자보다 한참 약한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들이 숱하게 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천 후보자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며, “자진 사퇴로 인해 조직이 동요하기보다는 오히려 안정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후보자의 내정과 함께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 검찰 수뇌부를 구성하는 고검장급 8명 모두가 이미 물러나버린 시점에서 천 후보자의 사퇴로 인한 지휘부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천 후보자의 사퇴 직후 전국 검사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각 검찰청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업무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계속된 검찰의 ‘비상시국’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후보자를 정해야 한다”며 내부 결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보더라도 흠결이 없는 인사를 뽑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이제 지역 안배나 사법시험 기수 고려 등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차기 후보자 인선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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