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장광근 사무총장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지율 급락하자 “국정홍보 특별기구 마련을”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뒤 비판 여론에 시달리는 한나라당이 31일 국정홍보 전담 기구 설치를 정부에 주문하고 나섰다. 지지율 하락 등 민심이 심상치 않자 그 대책으로 ‘홍보 강화’를 들고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법안의 강행처리 자체가 문제인데 엉뚱하게 홍보를 탓하는 본말이 전도된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현 정부 조직상 국정 홍보 기능을 좀더 강화시키는 특별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홍보처와 같은 전담 부처를 신설하진 않더라도, 지금의 정부 조직에 국정 홍보기능을 전담할 특별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대변인은 “언론관련법이나 민주당의 투표방해행위의 실상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당 홍보기획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언론관련법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고, 일부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국정홍보 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언론관련법 강행 처리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역풍’이 거센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당 두뇌집단인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6.3%로 민주당 지지율(26.1%)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율도 31.1%로 하락했다. 모두 언론관련법 처리 전보다 9~10%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홍보강화 처방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고, 재투표·대리투표 논란 역시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불거진 것인데, 원인 제공에 따른 책임은 외면한 채 언론보도와 홍보 부족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지난해 연말 이후 일곱 달 동안 한나라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언론관련법을 선전했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며 “이런 법을 강행처리한 뒤 홍보 부족을 운운하는 것은 정당이 자기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보를 강화하더라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홍보강화론은 과거 정부 때부터 정부·여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등장한 처방이지만, 여론의 물줄기를 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실정을 홍보로 감추겠다는 발상이 한심스럽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국정을 쇄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문제의 근본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여론 탓, 홍보 탓만 외치는 것은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최혜정 이정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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