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부10년위원회’ 가동…교수·전문가도 참여
정체성 회복 주목…“객관적 평가 어려워” 지적도
정체성 회복 주목…“객관적 평가 어려워” 지적도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10년에 대한 재평가에 본격 나선다. 민주당 관계자는 3일 “민주정부10년위원회가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어 활동기조와 일정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주정부10년위원회(10년위)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재조명하려는 목적으로 최근 구성됐다. 당내 인사는 위원장을 맡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지원·박선숙 의원,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 및 백원우 의원, 그리고 386 원외인사인 이인영·오영식 전 의원 등 7명이 참여했다. 학자·전문가로는 정해구(성공회대) 한상진(서울대) 김태동(성균관대) 최태욱(한림대) 김용익(서울대) 박순성(동국대) 교수와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8명이 위촉됐다. 연말까지 정치·시민사회, 경제, 사회, 통일외교안보 등 4개 분야별로 ‘민주정부 10년’ 평가작업을 벌인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상견례 자리에서 “(두 정부는)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 주장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했다”며 “그 결과 정권이 넘어갔고 한나라당에 과반의석까지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정체성과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중도다, 진보다, 좌파다 우파다 하는 논란이 지속되며 민주진영의 연대와 협력은 소극적”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과거 정부 평가를 둘러싼 반목과 대립이 극심했다. 대선을 전후해선 당을 부쉈다가 짓기를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당을 떠났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현 지도부가 출범한 뒤에도, 당사에 김·노 두 전직 대통령 사진을 거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안희정 최고위원이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을 토대로 사진 걸기를 주장했으나, 여러 반론에 부닥치면서 ‘시기상조’로 정리됐다. 올들어선 뉴민주당 플랜이 우편향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10년위 활동을 통해 헝클어진 정체성을 추스리고 되찾아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잃어버린 10년’ 주장을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이는 지적 투항주의와 패배주의 풍토가 있었다”며 “10년위 활동은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대항담론 재설정의 의미도 담겼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위원회 구조로 볼 때 지난 10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지는 염려된다. 위원 다수가 두 정부 요직을 지냈거나 정책 기획에 관여한 인사들 위주로 짜였기 때문이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장은 “‘잃어버린 10년’ 주장에 맞서는 측면도 있어 10년위원회 가동 자체는 괜찮은 일”이라며 “그러나 비정규직 등 당시 정부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평가에 반영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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