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와 관련해 “당에서 상의해서 잘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양산 공천 여부와 대표직 사퇴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례 당청회동 직후 이 대통령을 30분 동안 따로 만나 “양산 출마 결심을 굳혔다”며 사실상 공천 보장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알았다”며 “당에서 상의해서 잘 해달라”고 말했다고 김효재 당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반응을 두고 해석이 엇갈려, 박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 대표 쪽은 이 대통령이 박 대표의 출마에 힘을 보태준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 등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효재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은 박 대표의 결심을 들었고, 이를 격려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당 지도체제 문제를 머지않아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다른 한 측근도 “박 대표가 분위기가 좋았고 유익한 회동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이계 한 고위 당직자도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당에서 논의를 모아 박 대표를 공천하기로 결론 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 문제를 결론짓고, 다음 지도체제 문제를 논의할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날 “앞으로 천천히 생각을 해본 뒤 나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따라서 당장 내가 대표직을 사퇴한다는 등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조기 사퇴론’에 부정적 태도를 비쳤다.
공천 보장을 압박해 온 박 대표의 버티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원론적 답변을 공천 보장으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친이 직계 한 의원은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 문제를 확답하지 않아, 이 대통령도 ‘당에서 논의하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대표직을 먼저 내놓고, 공천은 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회동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 등 당의 바람을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한 시기와 방식은 맡겨달라”고 말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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