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서 13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생환 36돌’을 기념하고 쾌유를 기원하는 미사가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권노갑·한화갑·김옥두 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13일 ‘도쿄납치사건 생환 36돌’ 맞아 쾌유기원 미사 열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 32일째인 13일, 병상에서 ‘제2의 생일’을 맞았다. 미사와 기도회가 지난 35년 동안 열었던 기념행사를 대신했다. 1973년 8월13일은 김 전 대통령이 눈과 손발에 붕대가 감긴 채 서울 동교동 집 근처에서 발견된 날이다.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납치돼 바다에 던져질 뻔했으나 미국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고, 김 전 대통령 쪽은 해마다 이날을 ‘생환기념일’로 자축해왔다.
꼭 36년이 흐른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또다른 ‘생환’을 바라는 기도회와 미사가 잇따라 열렸다. 오후 2시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9층 중환자실에서는 부인 이희호씨와 아들 홍업·홍걸씨 등 가족과 일부 의료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기도회가 열렸다. 윤일선 서교동성당 주임신부가 10여분 동안 ‘병자 기도문’을 읽었고, 가족들은 ‘생환 기념 케이크’를 준비해 촛불을 끄며 자축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희호씨는 케이크 촛불을 끈 뒤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최 비서관은 “그동안 눈물을 비치지 않았는데, ‘제2의 생일’이라 마음이 더 아파서 그랬는지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양홍 신부의 집전과 함세웅 신부의 강론으로 ‘생환 36돌 감사와 쾌유 기원 미사’가 열렸다. 함 신부는 지난 76년 김 전 대통령과 함께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함 신부는 이날 미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꽁꽁 묶여서 바다에 던져지려는 순간, 전 존재를 다해, 생애를 다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며 “그때의 생환 체험을 되새기면서 다시 한번 기적이 생기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미사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정동영 의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문정현·전종훈 신부 등이 참석했다.
최혜정 박수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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