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대통령 ‘8·15 경축사’] 선거제도 개편
청와대 ‘권역별 비례·석패율제도’ 거론
‘지역주의 극복’ 필요성에는 여야 공감
중·대선거구제 정치적 이해관계 갈려
청와대 ‘권역별 비례·석패율제도’ 거론
‘지역주의 극복’ 필요성에는 여야 공감
중·대선거구제 정치적 이해관계 갈려
청와대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선거제도 개편’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제도가 우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한 지역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를 중·대선거구제(한 지역구에서 2~5명을 뽑는 제도)로 바꾸는 문제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셀 것이므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청와대가 지역구 개편보다는 비례대표제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여당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고 야당도 원칙적인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박희태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9월 정기국회까지 구체 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명박계도 적극적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상대 지역에서 상징적 수준의 원내 진출이 가능한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현실성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구제를 개편할 경우 민주당은 영남권에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노동당이나 무소속에 밀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정치권 스스로 결단해야 할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정치적 억측과 오해를 불러오고, 논의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잘못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데, 중·대선거구제를 피한 채 무슨 지역주의 타파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자체에 대해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래 지역갈등 해소 명분으로 일관되게 요구해온 사항을 현 여권이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구체성이 결여된 만큼 정부·여당이 구체적 안을 내놓으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도록 하는 지금의 소선거구제 구조로는 지역주의 극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논의의 범위를 비례대표제 개편에 한정하지 말고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근본 처방에 나서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청와대의 이런 제안이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실리지 않은 ‘국면전환용’일 가능성에 대해선 경계감을 나타냈다. 언론관련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상황을 타개하려는 국면전환용 공세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쇄신 의지 없이 선거구제 개편을 제기한 것은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도 “정부·여당이 그동안의 일방적인 국정운용 기조를 바꾸겠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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