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안상수 ‘쌍끌이’…청와대, 내심 환영
여권이 26일 일제히 권력구조 개편을 뼈대로 한 개헌 ‘군불 때기’에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하고 시큰둥하던 당내 친이 주류들이 적극 동조하면서, 이번 개헌 논의에 청와대의 뜻이 담겨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야당과 협의해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을 공식 제안했을 당시 “의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부담스러워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개헌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를 흔들수 있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친이 주류의 기류도 바뀌었다. 개헌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장광근 사무총장도 “여당 차원에서 일단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한나라당 주류의 달라진 태도는 청와대의 기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개헌 필요성을 언급해 왔고,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환경·노동권 등 폭넓게 손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촛불시위 때문에 시점이 늦어졌을 뿐 여전히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선거의 횟수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 개헌 논의를 완곡하게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쪽은 일단 개헌 논의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다른 모든 의제를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개헌론의 폭발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권은 10월 재보선을 빼면 특별한 정치 일정이 없는 올해 하반기를 개헌의 최적기로 보고 있지만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 우선, 개헌은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개헌 논의의 진전 여부는 한나라당이 제안한 개헌특위 구성을 야당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첫번째 시험대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먼저 미디어법과 관련해 납득할 수 있는 조처부터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개헌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민감한 문제다.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내부 의견이 갈린다. 여권 지도부가 아무리 군불을 때더라도 난항을 피하기 어렵단 얘기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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