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실용·서민정책 진단] 헛약속 만드는 재정의 덫
세제개편안 따른 감세 3년간 90조 ‘재정 타격’
4대강 내년만 8조7천억 투자…민생지원 위기
세제개편안 따른 감세 3년간 90조 ‘재정 타격’
4대강 내년만 8조7천억 투자…민생지원 위기
지난 8월20일 기획재정부는‘친서민 세제지원안’이란 이름으로, 내년 세제개편안 가운데 서민들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부분을 따로 묶어 발표했다. 예년에 없던 이런 발표는 ‘친서민’이란 정책기조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친서민’이란 말을 무색하게 했다. 서민한테 적용될 수 있는 세금 감면은 모두 합해 3건, 3950억원에 그쳤다. 그 가운데 폐업 자영업자의 체납세금 일부를 면제(2000억원)하는 것을 빼면 실질 감세액은 겨우 1950억원이었다.
재정부는 세제개편안을 종합해 발표할 때 1조6000억원 규모의 중산층 서민 지원내용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말 뿐이었다.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나서, 어느 부분이‘1조6000억원’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재정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중도·실용·친서민을 표방했지만, 이를 실제 정책에 의미있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대규모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 사정 악화 탓이 크다. 지난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른 감세규모는 2012년까지 누적으로 90조원에 이른다. 1년치 세수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정부 감세안은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집중돼, 대기업과 고소득층,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혜택이 집중됐다.
중산층과 서민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면 부가가치세 등을 줄여야 하지만 이는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냉장고나 에어컨 같이 전력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에 5%의 개별소비세를 매기기로 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키웠다. 장기주택마련 저축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대규모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였다.
대규모 감세는 정부의 재정지출에도 족쇄가 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서민지원을 늘렸지만, 재정적자 탓에 이런 무리한 지출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정부 재정적자는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올해만 51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대규모 세감면이 이뤄져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올해보다 재정지출을 늘리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재정압박 때문에 서민 지원 예산도 오히려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서민지원 예산의 대부분이 내년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내년에 157억원 삭감해 지원대상을 7000여명 줄이는 내용으로 예산요구안을 재정부에 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도 지역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과 서민 예산 삭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 사업비가 22조원에 이르는 4대강 사업에는 내년에만 모두 8조7000억원(국토부 예산 6조70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예산 가운데 상당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려 하고 있지만, 이는 회계상 눈가림일 뿐이다. 어짜피 수공의 빚에 대한 최종 상환 부담은 정부의 몫이고, 국민의 몫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를 줄이고, 무리한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친서민’은 그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친환경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상계동 4동 달동네인 양지마을에 한 할머니가 지나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내년에 157억원 삭감해 지원대상을 7000여명 줄이는 내용으로 예산요구안을 재정부에 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도 지역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과 서민 예산 삭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 사업비가 22조원에 이르는 4대강 사업에는 내년에만 모두 8조7000억원(국토부 예산 6조70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예산 가운데 상당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려 하고 있지만, 이는 회계상 눈가림일 뿐이다. 어짜피 수공의 빚에 대한 최종 상환 부담은 정부의 몫이고, 국민의 몫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를 줄이고, 무리한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친서민’은 그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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