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관계개선 의지 보였는데 너무 야박”
친박계 ‘이겨야 본전, 지면 책임’ 함정 의심
친박계 ‘이겨야 본전, 지면 책임’ 함정 의심
한나라당이 또 다시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로 술렁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날 10·28 재보선 지원유세를 요구해온 친이 주류를 향해 “간여하지 않겠다”고 딱부러지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친박 인사 공천 가능성’을 언급하며 박 전 대표에게 구애를 펼쳐온 장광근 사무총장은 11일 “진지하게 한번 더 말씀은 드려보겠지만, 떼밀듯 지원유세를 강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친이계 한쪽에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수도권의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박 전 대표를 유럽 특사로 보내며 관계개선 의지를 보였는데도 재보선에 거리를 두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건 너무 야박한 처신”이라며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재보선 개입 불가’는 박 전 대표의 일관된 정치 원칙일 뿐 계산된 행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친박계 한 최고위원은 “당직도 없는 상태에서 책임질 수 없는 공약으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는 게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이라고 전했다. 한 핵심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선거때마다 표를 몰아오는 인스턴트 자판기냐”고 되물었다.
박 전 대표의 요지부동은 친이쪽의 10월 재보선 지원유세 요구가 자신을 궁지에 내몰려는 함정 아니냐는 의구심도 작용한 것 같다. 핵심 당직을 맡은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친이 쪽은 강릉 등 일부 지역에 친박 인사 공천설을 흘리면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을 기대하지만, 그 속에는 ‘재보선을 이기면 좋고, 지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한계가 드러나 더 좋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있는 재보선의 부담을 박 전 대표에게 떠넘기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도 재보선 지원유세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친이 쪽은 ‘대통령이 변했으니 박 대표도 도와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이 대통령 개인의 필요에 따른 변신일 뿐 박 전 대표와 신뢰관계가 진전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박 전 대표가 바람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정치여건도 박 전 대표로서는 고민인 것 같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표를 몰아올 수 있는 상황은 탄압받고 약자 이미지가 강할 때인데 지금은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