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박근혜 전대표 회동 우호적
박 전대표 “남북문제·4대강·세종시 거론”
박 전대표 “남북문제·4대강·세종시 거론”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 의견 교환도 있었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마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의 행간을 짚어보면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일부 있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개헌 얘기는 없었지만 남북문제, 4대강, 세종시 문제는 거론됐다고 밝혔다. 이들 3개 의제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온 문제들이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쪽 얘기를 종합하면 이날 회동은 과거에 견줘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독대 시간은 43분이다. 예상보다 길었다. 여러 사람이 만날 때는 웃음도 오갔으며,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과 관련해 특사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회동 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두 분이) 국정의 동반자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정운영에서 박 전 대표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만남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의 분위기는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표정이 나쁘지는 않았다”고만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주요 현안에 의견 일치를 본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지난 5월 스탠퍼드 대학 연설의 북핵 관련 연설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보다 포괄적인 구상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동의했을지는 의문이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두고도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대선 때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이 대통령은 최근 여권의 세종시 수정 추진 움직임에 대해 말이 없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약속을 참 충실히 지키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해야 정부와 국민 간 신뢰가 생긴다”며 원안 추진을 요구했다.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허태열 최고위원등 친박쪽 의원들을 통해 예산과다 편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다만, 두 사람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특히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줌으로써 그동안 패였던 감정의 골을 메워 나갈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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