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오른쪽)와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의정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 “재보선 유세 도와달라”
박 “당에서 잘하고 계신데…”
박 “당에서 잘하고 계신데…”
개헌문제 협조요청에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덕담속 어색한 긴장감 두 사람은 사각 탁자를 앞에 두고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눈 앞에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웬일로 이렇게 많은 (기자)분들이 오셨대요? 많이 바쁘시겠어요. 어제도 지방에 갔다 오시고….”(박근혜 전 대표) “유럽에 갔다 오셨는데, 시차극복은 어렵지 않으세요?”(정몽준 대표)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인 박근혜, 정몽준 두 사람은 18일 국회 의정관 6층 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새로 한나라당의 얼굴로 나선 정몽준 대표가 전직 대표의 경험을 듣고, 당내 현안에 대해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차기 대선을 놓고 다퉈야 하는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장소 선정부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정 대표는 “당 대표실로 박 전 대표를 오라고 하는 것은 결례이고,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자니 여야의 형식적 만남 갖다”며 ‘캐주얼한 만남’을 박 전 대표쪽에 제안했고, 결국 ‘카페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어딘가 어색했고 원인모를 긴장감도 흘렀다. 정 대표는 “2004년 당 대표를 맡으셨을 때 당이 가장 어려웠는데 참 잘 하신 것 같다.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당 현판을 천막당사로 옮겼던 그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굉장히 깊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덕담을 건넸다. 각종 현안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정 대표가 “10월에 재보선이 5군데 정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재보선을 박 전 대표께서 많이 도와주시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몽준 체제의 첫 성적표가 될 10월 재보선 지원유세를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금 당에서 잘 하고 계시다”고만 답했다. 책임있는 당직을 맡지 않은 자신이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현재의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가 강력하게 추진 의사를 밝힌 개헌 문제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정 대표는 “186명의 의원이 서명을 해 개헌 논의를 시작을 하는데 사실 지금 개헌 논의를 올해 시작하는 것도 늦은 감이 있다”며 “개헌에 관해서 폭넓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 아니겠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화답했다. 사실상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이런 어색한 만남에 대해 조윤선 대변인은 “오늘 만남이 현안을 논의해 입장을 결정하는 성격이 아니고, 정 대표가 새 당 대표가 돼 오래간만에 여러가지 생각을 얘기하는 가벼운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 “당을 잘 이끌어 달라”는 덕담 정도만 들은 셈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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