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국감 초당적 비판 쏟아져
“현실성 없는 아마추어 대북정책”
“현실성 없는 아마추어 대북정책”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제안인 ‘그랜드 바겐’ 에 대한 초당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외교통을 자임해온 윤상현 의원은 “그랜드 바겐은 미국과 사전조율이 안 된데다 한번에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원 샷 딜’이라는 개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북핵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합의가 있어도, 언제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지 행동, 보상을 규정한 단계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랜드 바겐은) 아마추어 정책으로, 미국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북핵 포기 문제를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과 맞바꾸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꺼번에 타결한다 해도, 결국 타결된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 이행방식을 주장하는 미국의 6자회담 복귀 입장과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정책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이미 이와 유사한 2·13합의가 있었는데 실패한 것은 단계적 합의방식이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과정인 2단계와 3단계 과정(북핵 불능화와 폐기) 사이에서 검증이라는 문제를 잘못 푼 까닭”이라며 “관련국간 사전조율과 국제공조가 부족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은 다소 경직됐던 대북정책에 긍정적인 신호탄”이라면서도 “성공을 위해선 북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하는 만큼 인도적인 대북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영선 친박연대 의원은 “북한이 핵폐기를 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유명환 장관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자, “김정일이 북한 핵을 폐기할 것이라고 믿지도 않고 그랜드 바겐을 제안했다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몰아쳤다.
이와 함께 박주선·신낙균 등 민주당 의원들은 “새롭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책을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러시아와 합의도 없이 설익은 제안을 했다”며 “6자회담에 혼선을 초래하고 남북관계의 불신만 심화시킨 아마추어식 병살외교”라고 질타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공단의 전봇대 뽑듯 북한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려고 하는데, 외교부가 청와대에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똑바로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결국 핵물질 폐기로 가는 것인데 이행은 단계별로 하는 것 아니냐.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뭐가 다르냐. 설득력도 없고 비현실적”이라며 “국민은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의원들의 초당적 질책에 결국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다른 방향으로 풀지 않으면 북한에 시간만 준다고 생각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안도 좀 제시해 달라”고 답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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