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연 기자
현장에서
지난 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서민당’을 자처했다.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에 따라 궁지에 몰린 중소 상인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여야 의원들이 낸 관련 법 개정안은 모두 18개나 된다.
이날 김기현 의원(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때 진전을 내지 못했던 일을 현 정부 들어서 그나마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과시했다. 중소 상인들의 사업조정 제도 활용이나 전통상업 보전구역 지정 논의 등이 모두 이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순자 의원(한나라당)도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서민 정책 덕분”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최철국 의원(민주당)은 “참여정부 때는 대형마트 위주로 규제 방안을 강구했고 현 정부에선 ‘기업형 슈퍼마켓’이 이슈가 됐을 뿐 ‘서민경제 살리기’엔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정부가 중소 상인 구제 방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야당이 법 개정 논의를 주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제창 의원(민주당)도 “대통령이 ‘대형마트를 못 들어서게 하는 것은 법적으로 안 된다’고 했는데 장관도 같은 생각이냐”고 따졌다.
정작 이런 떠들썩한 논쟁을 지켜보는 중소 상인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이날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차선열 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현실을 도외시한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애초 기업형 슈퍼마켓 확산 우려가 크지 않은 전통시장 부근에만 허가제를 검토한다거나, 영세 점포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스마트샵’으로 변신하라는 식의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것이다. ‘서민 경제’를 외치면서, 이를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규제’조차 꺼리는 의원들도 여럿 된다. 20년째 동네 슈퍼를 운영해 온 차 회장은 “사업조정 제도에 따라 일시정지 권고가 나온 곳에서도 10여개 매장이 버젓이 문을 열고 있다. 솜방망이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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