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나영이 사건’ 가해자 조두순씨에게 법원이 징역 12년의 낮은 형을 선고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위) 계속된 여·야 의원들의 추궁에 이태운 서울고등법원장이 피곤한 듯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2009 국정감사] 국감 초점
조두순 징역 12년 선고 비판 쏟아져
“유기징역 상한 상향조정” 주장도
조두순 징역 12년 선고 비판 쏟아져
“유기징역 상한 상향조정” 주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9일 서울고법과 관할 지방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나영이 사건’ 가해자 조두순(57)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법원의 양형감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법사위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사법부가 어린이 성범죄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고, 최근 “여론에 휩쓸리면 사법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한 이용훈 대법원장도 도마에 올랐다.
이 사건 1심 법원인 안산지원을 관할하는 수원지법의 이재홍 원장은 질의에 앞서 “조씨는 범행 전날부터 오랜 시간 술을 마셨고, 평소 심한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었던 점 등이 심신미약 감경사유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철래 친박연대 의원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을 해놓고, 형량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자, 이 원장은 “징역 12년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재판부 판단에 법적인 잘못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재판부가 심신미약의 근거로 판단한 조씨의 음주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피고인 말만 믿고 감경사유로 삼아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은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물증을 대자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전부다”라며 “누구와, 얼마나 마셨는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아침에 인적이 드문 교회 화장실로 피해자를 유도하고,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조씨를 어떻게 심신미약자로 볼 수 있느냐”며 “56살 피고인이 고령자라며 형을 깎아주는 법관의 감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에 휩쓸리면 사법부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나영이 사건’ 재판부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겨냥해 “국민과 동떨어진 인식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15년에서 25~30년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건희(67) 전 삼성 회장 사건을 언급하며 “법원은 ‘회사 손해액 2500억원을 내겠다’는 이 전 회장의 진술만으로 형을 깎아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실제로는 내지 않았다”며 “진술에 의존해 양형사유를 짐작하는 법원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태운 서울고법 원장은 “양형사유에 대한 심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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