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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가유공자법 개정안 ‘월남전’ 문구 삭제

등록 2009-10-13 23:18

베트남 정부 반발에 유명환 장관 방문 합의
이달 하순 양국 정상회담 앞두고 마찰 봉합
“민감한 사항 안이하게 생각하다 늑장대처”

이달 하순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베트남전 참전자들이 “세계평화 유지에 공헌”했다며 새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기로 한 ‘국가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베트남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2일 베트남을 급히 방문해 개정안에서 “월남(베트남) 전쟁”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봉합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전쟁 참전자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에 반발해왔다”며 “베트남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참전자들에게 보상 혜택은 주되, 법률 조문에서는 월남 전쟁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달 3일 입법 예고한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세계 평화 유지에 공헌한 월남전쟁 유공자와 고엽제 후유증의증 환자들을…’이라는 문구에서 ‘월남전쟁’을 삭제해, ‘세계평화유지에 공헌한 유공자~’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애초 법률 개정안은 1970년대 중후반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의 성격을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 전쟁을 ‘미 제국주의자’ 등 외세를 배격한 통일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해, 베트남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1992년 수교 때 과거 전쟁 관계에 대한 ‘배상문제’는 제외했고, 베트남 쪽은 “우리가 승전국이기 때문에 한국 쪽으로부터 사과 등은 받을 필요가 없다”며 과거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2001년 8월23일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천득렁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우리는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2004년 10월 노무현 대통령도 베트남 국빈방문 때 “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하는 등 사과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두 전임 대통령들의 ‘사과’가 없었다는 듯 베트남전 참전자들을 “세계평화 유지에 공헌”했다며 새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베트남 정부가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및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당일치기 베트남 방문에 나섰다. 유 장관은 응우옌밍찌엣 국가주석과 응우옌떤중 총리를 예방하고 키엠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을 통해 법률 개정안에서 ‘월남전쟁’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겠다는 약속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이와 관련해 사안이 이렇게 민감한데도 정부가 이번 사태의 파장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초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법률 조문에서 ‘월남 전쟁’이란 표현을 뺄 경우 국내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과 보수세력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용인 이제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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