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심 개발방안…재계 “인센티브 준다면”
본사 이전설 기업선 “허무맹랑한 소설” 불끄기
본사 이전설 기업선 “허무맹랑한 소설” 불끄기
“웬 허무맹랑한 소설이냐?” 한 재벌 그룹 홍보담당 고위 임원이 14일 세종시로 본사가 이전한다는 소문을 부인하며 한 말이다. 여권 핵심부가 세종시 변경과 관련해 대학과 대기업 이전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본사 이전설이 흘러나오면서 해당 그룹들이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본사 이전설의 대상이 된 그룹에서는 “이런 상태에서 누가 (세종시에) 가겠느냐”고 딱 잘라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어떤 구체적인 협의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 한편에서는 여권의 세종시 변경이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전경련 주도로 추진됐다가 ‘용두사미’가 돼버린 ‘기업도시’ 프로젝트를 제대로 되살리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기업도시는 민간기업에 자율성을 줘서 산업은 물론 주거·교육·의료 등 자족적 복합 기능을 함께 갖춘 도시로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시와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세종시와 기업도시를 접목시켜 개발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특정 그룹에 대한 본사 이전설이 도는 배경도 2004년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한 전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기업이 세종시로 본사나 공장을 옮기려면 고용 문제가 따르는데, 단순한 산업·주거 기능만으로는 종업원들을 설득할 수 없고, 교육·의료 등 수준 높은 복합 기능이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경련 산업본부의 간부도 “세종시를 활력 있는 도시로 만들려면 일부 정부부처나 대학, 연구소로는 미흡하고, 기업 시설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며 “세종시를 기업도시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인책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임원은 “기업은 돈을 벌 기회만 주면 나서게 마련”이라며 “나에게 연구용역을 주면 오늘 안이라도 대안을 만들 수 있지만, 결국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에 개발이익만 제대로 허용해 주면, 재정 도움을 받지 않고도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세금 감면, 개발이익 보장 등의 파격적인 유인책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많다. 경제단체의 고위 임원은 “미국의 앨라바마주가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200만평의 땅을 단 1달러에 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삼성이 2004년 탕정기업도시를 추진하다가 포기한 배경에는 시민단체들이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개발이익을 특혜라고 비판한 것도 작용했다.
전경련은 2005년에 시작된 태안·충주·원주·무주·무안·서남해안 등 6곳의 기업도시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도 경기악화와 함께 지원 미흡을 꼽는다. 공사가 시작된 곳은 태안·충주·원주 등 3개에 그치고, 그나마 진척률이 1~7.6%에 그친다. 행정도시 건설을 바라는 현지 주민들과 충남도 등이 기업도시에 반대하는 것도 장애 요인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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