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 넷째)가 28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수원 장안 등 3곳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지도부와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제1야당 존재감 확인…여권 견제 동력얻어
설렘은 기대로, 기대는 환희로 이어졌다.
28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당 당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개표가 시작된 지 1시간30분 만에 일찌감치 안산 상록을에서 김영환 후보가 10%포인트 차로 압승한 데 이어,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도 대첩을 거두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나왔다. 여기에 ‘김 한 장 차이’라고 할 만큼 초박빙 접전을 벌여온 수원 장안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또한 10%포인트 차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던 송인배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 양산에서 수백표 차로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펼쳐졌다. 애초 5 대 0으로 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한 선거가 ‘중부벨트’ 3곳을 석권하는 대승으로 이어진 데 대해 정세균 대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번 선거 초반에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손학규·김근태 등 거물들의 귀환 프로그램이 어그러졌고, 민주개혁진영의 목표인 안산 상록을에선 단일화 실패로 야 4당 연대가 이뤄지지 못했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수원 장안에서 약진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선거 막판엔 한나라당 표 결집으로 불안감을 접지 못했다. 정 대표는 투표일 오전까지만 해도 “안산과 충북은 이기겠지만, 수원은 ‘혹시나’ 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걱정할 정도였다.
민주당에게 10·28 재보선 승리의 의미는 매우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간신히 20%대에 오른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은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는 지지율 그래프가 쑥쑥 올라갔다. 그동안 여권은 언론법을 일방처리하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을 수정하고자 했다.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향해 정치권 안팎에선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제 재보선 승리로 여권의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여전히 의석으로는 거대 여당을 이길 수 없지만, 민심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여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반드시 민주당 지지로 오롯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향해 투자한 것이다. 수익이 돌아오지 않으면 언제라도 회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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