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아래)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효석 민주당 의원이 부자 감세 중단을 요구하는 근거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박지성 선수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소득세율을 비교한 영상자료를 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감세정책 조정 뜻…야당 “부자감세·4대강 철회를”
정운찬 국무총리가 10일 내년 소득세 인하에 대한 재검토 의향을 내비쳐, 향후 세제개편 논의에 끼칠 파장이 주목된다. 내년 세제개편 및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감세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소득세에 대해선 세율 인하를 다시 한번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총리는 “개인적 생각”이라며 사견을 전제로 해,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총리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운 원인 중 하나가 (기업의) 투자 부진인 만큼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추가 인하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내년 소득세 세율 인하를 일부 또는 모두 철회하거나 시행 시기를 미루자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내년 소득세 세율은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이 35%에서 33%로, 4600만~8800만원 구간 25%에서 24%, 1200만~4600만원 구간은 16%에서 15%로 낮아지게 돼 있다. 이런 소득세율 인하 방침에 대한 재검토 방안과 함께 과표 최고 구간(1억원 이상)을 신설해 고소득층에 대해선 세율 인하를 해주지 않거나 세율을 더 높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정 총리의 발언으로 정부 감세안을 부분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이날 감세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막바지 공세를 벌였다. 이용섭 의원(민주당)은 “정부 사업을 사실상 수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에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다”며 중장기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우려했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가부채는 309조원이지만, 임대형 및 수익형 민자사업(BTO·BTL)과 준정부기관, 공기업 등의 부채까지 합하면 601조(국내총생산의 58.7%)원이 된다는 것이다. 내년 국가채무 역시 정부 전망치는 407조원이지만,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최소 85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의원은 또 “정부가 2013~2014년에 재정수지 균형을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임기 내 심각한 재정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등으로 최소 20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 요인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석 의원(민주당)도 “이명박 정부 5년간 누적 재정적자가 200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100조원은 감세, 100조원은 방만한 재정지출 때문”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했다. 그는 “추가적인 부자감세 중단과 4대강 사업 중단, 고소득 자영업자 세원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 예산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비 22조2000억원에서 누락된 사업과 간접연계사업을 포함하면 30조원을 초과한다”고 추정했다. 누락된 사업의 예로, 수자원공사 소수력 발전사업비 2092억원과 30개 시·군에서 4대강 사업 준설토 적치장 72곳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1764억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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