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달만에 “원안이 당론” 번복…박근혜와 대립각
MB 뜻 대변해 ‘재보선 패배 책임론 돌파’ 분석
MB 뜻 대변해 ‘재보선 패배 책임론 돌파’ 분석
‘수정론 총대 멘 정몽준, 결사저지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두고 정치적 대척점에 섰다.
정 대표는 11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는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며 “이런 점에 눈을 감고 행정부처를 나눠놓는 것은 국가운영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연설은 ‘국가 백년대계’를 명분 삼아 9부 2처 2청 이전을 핵심으로 한 세종시 계획을 전면 수정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 수정 논란 초기인 지난 10월 중순까지도 ‘원안이 당론’이라며 수정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0·28 재보선 참패 뒤인 지난 2일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당내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했고, 급기야 ‘행정부처 이전=낭비’라는 논리로 전면 수정론에 몸을 실었다.
정 대표는 박 전 대표 진영의 불참 선언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당내 논의기구 구성도 더 미룰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의 측근은 “더 이상 박 전 대표에게 논의기구 참여를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 12일 논의기구를 발족시키고 세종시 대안 논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런 행보를 친이명박계 한 재선 의원은 “10·28 재보선 패배 뒤 지도력을 의심받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수정논리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안고수 소신이 확고한 박근혜 전 대표, 차기 당 대표를 겨냥한 안상수 원내대표, 지방선거와 당 쇄신을 위한 ‘지도부교체론’을 주창한 <민본21>과 친이 소장파 사이에서 난관에 봉착한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론의 총대를 메며, 내년 7월까지 대표직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분석인 셈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친이계의 거듭된 압박과 설득에도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지난주 주호영 특임장관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주 장관이) ‘내년 초까지 대안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며 “그 자리에서 ‘제 입장은 이미 밝혔고 할 말은 이미 다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부의 신뢰,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방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부처 이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종시 관련 대정부질의에 대한 정운찬 총리의 답변을 듣고 있다. 왼쪽은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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