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정운찬 국무총리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들이 탄 버스가, 경찰 버스로 주변이 차단된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 어귀 도로에 들어서자 한 주민이 경찰버스에 올라가 계란을 던지고 있다. 연기/연합뉴스
[세종시 반발 확산]
전문가들 “국토불균형 원인 자체를 모르는듯”
“1970년대처럼 수도권 중심 발전 말하고 있어”
임기중 최소 4개부처 옮겨야 하는 것도 몰라
전문가들 “국토불균형 원인 자체를 모르는듯”
“1970년대처럼 수도권 중심 발전 말하고 있어”
임기중 최소 4개부처 옮겨야 하는 것도 몰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행정도시 수정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2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 내내 이 대통령의 입에서 행정도시 건설의 애초 취지이며 국가 발전의 큰 방향인 ‘균형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미래 발전 방향이 지난 10년 동안의 ‘지역균형’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행정도시를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정안이 원안보다도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 자족하는 도시를 만들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2시간10분 동안의 방송에서 행정도시 건설의 본래 취지인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끊임없이 행정도시 건설을 충청권이나 도시 자족성, 행정 효율성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지역도시계획학과)는 “이 대통령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생긴 근본 원인이 서울에 집중된 정치권력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며 “자신이 일주일에 두세번씩 장관들과 조찬하고 총리를 자주 만나야 한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끊임없이 중앙집권 체제를 강화하고 결국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낳는다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정책들은 이미 시행됐거나 시행하기로 결정된 내용들이었다. 이를테면 전북의 새만금 식품도시, 광주의 문화도시, 전남의 남해 관광지, 부산의 항만·물류,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경북의 소재산업, 강원의 의료·관광지 등은 모두 이전 노무현 정부나 현 정부의 지역발전위원회, 국토해양부에서 내놓은 정책들이었다. 행정도시를 백지화한 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은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에서 내놓은 ‘지역발전정책 추진현황 및 대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가지 대책에서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것이며, △도시재생 △노후 산업단지 재생 △케이티엑스 역세권 개발 등은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는 효과가 거의 없는 정책들이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도시지리학)는 “이 대통령은 지난 10여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해온 균형발전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1960~1970년대처럼 수도권 중심 발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며 “지역이나 균형발전이 강조되는 선진국의 사례나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 수도권 과밀·지방 낙후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시대착오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행정도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내 임기 중이 아니고, 차기 대통령 임기에 9개 부처를 옮기는데”라고 말했으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행정도시건설청의 ‘개발계획’을 보면, 이 대통령이 물러나는 2013년까지 9개 부를 모두 행정도시로 옮기도록 돼 있다. 2012년에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를, 2013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노동부를 옮겨야 한다. 또 2013년 초인 2월에 이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9개 부를 옮기기 위한 청사 및주택 건설 등 준비는 그 전에 대부분 끝나야 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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