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쪽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갔다가 우리쪽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도망친 신풍호(77t)를 놓고 한-일 경비정 및 순시정이 대치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가 양국 외교당국 간 협상으로 39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합의는 6월 하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뜩이나 악화돼 있는 한-일 관계를 더이상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두 나라 외교당국과 정상들의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나라 정부는 이날 낮 일본쪽이 대치 중이던 순시정들을 철수하고, 한국쪽은 신풍호의 일본쪽 배타적 경제수역 침범 사실 및 임시검문에 불응해 도주한 사실에 대한 시인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신풍호의 이런 행위가 일본 관계법령을 위반한 만큼 위반 담보금으로 50만엔을 지불하기로 하는 보증서를 작성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런 합의사실이 발표된 뒤에도 5명씩으로 꾸려진 양쪽 협상팀은 일본 순시정에 의해 파손된 신풍호 배상비 등에 대해 이견을 보여, 이날 오후 5시께에야 양쪽의 대치가 풀렸다. 신풍호는 밤 9시께 울산 장생포항에 도착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아침 관련부처 장관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상호 주권과 이해를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풀어가라”고 지시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지난 1일 밤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통해 잘 협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울산해경은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신풍호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1∼3마일을 침범했으나 당시 냉동기가 고장나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통발어구도 모두 격납고에 보관된 것으로 나타나 불법 조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일본쪽도 이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울산/김광수, 유강문 김의겸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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