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맨 앞 가운데)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밀실야합 규탄·민주노조 사수·이명박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법 개악 저지를 다짐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나라 노동조합법 발의]
한나라당이 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국회 ‘링’에 올라왔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2012년 7월로 미루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내년 7월부터 금지하되 노사 공동업무에 일정한 급여를 주는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야당 쪽에선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복수노조는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사업장별로 자율 합의’를 뼈대로 마련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 복수노조
한나라, 국제기준 위반하며 4번째 유예 한나라당 개정안대로라면, 복수노조는 이번까지 합해 모두 네 차례 시행을 유예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무작정 미룬 게 아니라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둔 것”이라고 말한다. 현행법처럼 유예기간만 설정한 게 아니라 유예기간이 끝난 뒤 적용할 교섭창구 단일화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담았다는 것이다. 현행법을 그대로 두면 내년부터 복수노조는 허용된다. 야당은 복수노조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의 문제인 만큼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 복수노조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수노조 금지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으로 13차례나 수정 권고를 받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때 무역분쟁 소지가 있다고 야당은 강조한다. ■ 교섭창구
여 “단일화”-야 “노사자율” 맞서
한나라당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노조 자율 결정→과반수 조합원을 가진 노조→시행령이 정한 방식에 따라 결정’ 등 3단계에 걸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했다. 또 창구 단일화 범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사업장 범위를 넘어서 조직된 노조도 사업장 단위로 교섭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별교섭이 사실상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노조들끼리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도록 하되, 특정 노조와 교섭을 벌인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다른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즉 창구 단일화는 법률에 넣되, 단일화가 안 될 경우 복수 교섭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다면, 민주당은 단일화를 ‘유도’하는 쪽에 가깝다. 이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창구 단일화 자체를 규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노조가 교섭대표를 내지 못하면 사업주가 교섭을 거부해도 상관이 없도록 해, 지나치게 사업주에 유리한 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민주당 개정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복수노조의 교섭을 전면 허용하기 때문에 교섭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 전임자임금
야 ‘내년7월 금지’ 맞서 관련조항 삭제 요구 한나라당 개정안을 보면, 내년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 시행돼 사업주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된다. 대신 중소기업 노조의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타임오프제를 통해 임금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도록 했다. 통상적인 노조 관리 업무와 노사 교섭·협의, 산업안전 등의 활동에 대해 급여를 줄 수 있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시행령으로 넘겼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주가 전임자에게 임금을 줬을 때 부당노동행위로 보는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처럼 회사가 전임자에게 임금을 줘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노사 자율로 전임자 임금을 얼마나 줄지를 결정하면 된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전임자의 임금 금지를 법으로 명시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이는 노사 협상에 의해 결정될 사항으로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국제노동기구의 권고가 수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전임자 임금의 보전 비율은 사실상 시행령에서 결정된다. 타임오프제 급여 적용 시간의 상한선이 노조 규모별로 시행령에 규정되기 때문이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는 상한 범위 안에서 전임자 급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임자가 줄어들고 노조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민주당 개정안처럼 전임자 임금을 개별 노사에 맡겨둘 경우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기업 전임자의 수를 줄일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남종영 이유주현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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