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치이고 청와대에 퇴짜 맞고
정몽준 “점거 풀어야 대화” 야당에 화살
청 ‘강경 태도’에 협상 목소리 잦아들어
정몽준 “점거 풀어야 대화” 야당에 화살
청 ‘강경 태도’에 협상 목소리 잦아들어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가로막혀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가 제안한 3자회동을 거부하면서 정몽준 대표의 체면도 크게 구기게 됐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의 전제조건으로 민주당에 “예결위회의장 농성을 풀고, 4대강 예산 전제조건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평소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분이라 생각했고 한나라당은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해왔는데, 민주당이 예결위회의장을 점거하고, 4대강 예산을 깎아야 한다며 대통령과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3자회동 제안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그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이런 행보는 청와대의 ‘예산 논의 불가’ 압박에 굴복해,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자율성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4대강 예산을 절충해 경색정국을 풀어보려는 생각으로 3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예산안 문제는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느냐”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양석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은 “최근 강기정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만나 4대강 예산 문제는 3자회동 주제에서 빼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청와대의 요구 조건에 맞춰서라도 3자회동을 성사시키려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자, 야당을 비난하며 회동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지난 17일 4대강 사업기간 연장, 보 설치 축소 등의 중재안을 냈던 남경필, 권영세, 이한구 의원 등 한나라당 중진들도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에 당혹감을 드러내며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정몽준 대표의 ‘3자 회동’ 제안을 거부하면서, 현재 여야가 대치중인 4대강 예산안에 대한 결정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본질이 드러났다”며 “이제 남은 것은 이 대통령에게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것인데, 여당 의원으로 그런 선택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조만간 여야 정치권에 다시 한번 자신들의 중재안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영산강·금강 사업 우선 추진, 사업기간 연장 등 이른바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친이직계 소장파 의원들도 “청와대는 강경하고 야당은 막무가내로 버티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안국포럼 출신 한 친이직계 의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킬 방법은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몇개 강만 우선 사업을 실시하고,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절충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청와대와 야당 모두 죽기살기로 버티고 있어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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