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정부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당과 정부의 최고 수뇌부까지 갈등 구조에 얽혀들면서 ‘자중지란’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염동연위원 “이총리, 레임덕 부채질 편승” 반격
문희상의장 또 “정부 혼나야” …당 소외 불만 직격탄 맞은 이 총리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일원인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3일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며 작심한 듯 독한 말을 퍼부었다. 이 총리가 전날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발호’를 언급한 데 대한 반격이다. 염 의원은 다음 주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들에 대해 직접 해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 총리가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니라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봉합 노력이 무색해진 갈등=열린우리당에선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오영식 원내담당 공보부대표는 원내대표단 회의 뒤, “더이상 (청와대) 인적쇄신 등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자칫 잘못하면 여권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쓸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청와대가 당 쪽에 모종의 신호를 보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의원들의 공격은 이어졌다. 지도부가 앞장섰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오전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것을 질책하고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인 김한길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철도청이 국회 보고도 없이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한 것은 행정부의 국회 무시”라고 비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홍재형 의원은 “청와대 로드맵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느냐”며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 관료에게 맡기라”고 목청을 높였다. 양형일 의원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참여정부가 성장과 분배 어느 쪽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내 경험상 주택경기를 위축시키면 내수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또 분반토론에서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당정이 협의해야 한다”고 정부 쪽을 다그쳤다. 이에 정부 쪽 참석자들은 당정 협의 결정사항이 의원총회에서 자주 번복된다고 지적하는 등 당 쪽의 요구에 흔쾌하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화내는 까닭은?=의원들의 불만은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행담도 개발 의혹이 일차적인 원인인 것 같다. 한 의원은 “위원회 조직의 취지는 개방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인데, 외부에서 아무도 모른다면 관료 조직의 비밀주의와 다를 게 뭐냐”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권력 분산이라는 명분에 너무 집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대통령은 위대하게 기록될지 모르지만, 당은 상처투성이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여권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는데 지금은 여당 소속으로서 전혀 이득을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가 정치적 파장을 생각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 없이 불쑥불쑥 정책을 발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정부와 청와대를 공격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국민에게 책임회피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임석규 이태희 이지은 기자 sky@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